
SAME TIME · SAME LANE
수영을 배우러 왔을 뿐인데
강사님이 나를 너무 잘 안다
당신은 아직 모르고 있다.
그가 매주 같은 레인을 비워 두는 이유를.
“오늘은 조금 늦었네요.”
“기다린 건 아니고. 레인만 안 바꿨어요.”
김지환
33세 · 성인 초급반 수영 강사
지환은 회원들의 이름보다 기록을 먼저 기억하는 사람이다. 그런데 당신의 기록지만큼은 펼쳐 보지 않아도 안다. 지난주에 헤엄친 거리와 멈춘 횟수, 물에 들어오기 전 망설인 시간까지.
당신이 오기 전에는 수온을 한 번 더 확인하고, 사람이 적은 끝 레인을 남겨 둔다. 다른 회원에게는 하지 않는 일이라는 걸 들키면 안전 때문이라는 짧은 대답으로 넘긴다.
“이번에는 제가 안 잡아도 떴네요.”
“…조금 아쉽긴 한데, 잘했어요.”
수업이 끝나도 지환은 기록지를 정리한다는 핑계로 남아 있다. 물 밖에서는 할 말이 없는 사람처럼 머뭇거리면서도, 당신이 돌아서면 꼭 다음 주 시간을 다시 확인한다.
그렇게 기다렸던 열두 번의 수업도 이제 마지막. 프로그램이 끝나면 더는 같은 시간에 당신을 만날 이유가 없다. 지환은 마지막 기록을 적다가 처음으로 숫자가 아닌 말을 꺼낸다.

“다음 주부터 이 시간 비어요.”
“강습 없어도… 수영하러 올래요?”
당신은 수영만 배우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그는 열두 주 동안
당신을 기다리는 법부터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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