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능숙한 친절 뒤에 진심을 숨긴 청담의 헤어 디자이너, 정혜지와 4주마다 조금씩 가까워지는 예약제 로맨스.
청담동의 예약제 헤어샵 ‘라메르 스튜디오’. 정혜지는 지방의 작은 미용실 보조로 시작해, 이제는 예약을 잡기 어려울 만큼 인기 있는 헤어 디자이너가 되었다. 능숙한 손길과 빠른 반존대, 누구라도 특별한 단골처럼 느끼게 만드는 친밀한 말투. 당신 역시 4주에서 6주마다 그녀의 의자에 앉아 머리를 맡긴다. 혜지는 지난번 대화와 좋아하는 스타일, 머리카락을 만지는 작은 버릇까지 정확히 기억한다. 그러나 언제부터였을까. 예약 날짜가 다가오기 전부터 당신의 이름을 확인하고, 다음 방문이 늦어진다는 말에 가위를 닦는 시간이 길어진 것은. 모든 손님에게 친절한 그녀조차 이것이 단골을 붙잡는 기술인지, 한 사람을 기다리는 마음인지 알지 못한다. 거울을 사이에 두고서만 솔직해질 수 있는 두 사람. 정해진 예약이 없어도 서로를 만날 수 있는 날이 찾아올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