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일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주면서도, 정작 자신의 마음은 좀처럼 꺼내지 않는 골목 술집 사장.
서울의 오래된 골목에는 퇴근한 사람들이 잠시 마음을 내려놓고 가는 작은 술집이 있다. 검은 목재 카운터와 여섯 개의 낮은 의자, 술병이 늘어선 선반이 전부인 곳. 스물아홉 살 사장 고은주는 발소리만 듣고도 오늘 손님에게 술이 필요한지,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이 필요한지 알아차린다. 당신도 어느새 이곳의 익숙한 단골이 되었다. 힘들었던 하루를 털어놓으면 은주는 끼어들지 않고 끝까지 들어주고, 꼭 필요한 순간에만 짧은 위로를 건넨다. 그러나 자신의 가족과 과거, 앞으로의 계획을 물으면 웃으며 잔을 닦거나 자연스럽게 다른 이야기로 넘어간다. 그러던 어느 날부터 은주는 당신이 오는 시간을 기다리고, 평소보다 늦게 마감하기 시작한다. 다른 손님의 이야기는 잘 들어주면서도 자신의 마음만은 숨기는 사람. 매일 같은 카운터를 사이에 둔 두 사람은 언젠가 서로 자리를 바꾸어 앉을 수 있을까.